
김건희를 둘러싼 영화적 재현
2024년 12월 12일에 개봉한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삶과 정치적 활동, 사회적 논란을 바탕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속 ‘영부인’의 영향력과 역할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삼은 만큼,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기반으로 하되, 법적 쟁점과 개인의 명예에 대한 고려로 일부 표현은 창작의 형태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제작사는 사전 인터뷰, 언론 보도 자료, 국정 활동 기록, 청문회 자료 등을 근거로 시나리오를 완성하였으며, 영화는 ‘팩션’(사실+허구)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김건희 여사의 실명 언급 여부, 표현 수위, 정치적 해석 가능성 등으로 인해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았으며, 극장 외에도 OTT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시청자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조용한 내조는 없었다
〈퍼스트레이디〉는 ‘가장 조용하지 않은 영부인’으로 평가받아온 김건희 여사의 공적 행보와 논란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그녀의 과거 이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허위 이력 논란, 전시 기획자로서의 활동, 그리고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국내외 활동까지 순차적으로 다룹니다.
등장인물은 실명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나, 관객 누구나 현실의 인물을 바로 연상할 수 있도록 묘사되어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 해당하는 인물은 ‘김지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언론과의 관계, 대통령실 내의 비선 논란, 종교적 배경, 유튜브 매체와의 연결 등 다양한 현실 이슈가 극 속 장면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 배우자의 공식 보좌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민간인 신분의 배우자가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구조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대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인물 중심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제도와 시스템의 허점도 함께 짚어내고 있습니다.
뉴스인가 극영화인가
〈퍼스트레이디〉는 장르적으로는 정치 드라마의 형식을 따르지만, 실제 뉴스 클립, 기자회견 영상, 국정감사 질의 장면 등을 인용하면서 다큐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극중 인물들의 실제 보도 장면을 부분 삽입하거나, CG를 통해 현실 뉴스 속 등장인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촬영은 시종일관 절제된 카메라 워크를 유지하며, 인물의 표정보다는 대사와 행위, 주변 인물의 반응을 중심으로 상황을 전개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인물의 내면을 해석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제시된 사실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음악은 정치 드라마에 어울리는 긴장감 있는 클래식 기반으로 구성되었으며, 특정 장면에서는 뉴스 브리핑처럼 장면을 흑백 처리하거나 자막을 넣는 방식으로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조작된 진실’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제시되며,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인식을 동시에 비판하는 메타적인 장치로 활용됩니다.

개인의 서사, 제도의 공백
〈퍼스트레이디〉는 한국 정치사 속에서 드물게 다뤄진 ‘영부인의 실질적 영향력’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입니다. 영화는 특정 인물에 대한 옹호나 비난보다는,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제도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한국 정치에서 어떤 구조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분석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사례를 통해 정치인 배우자의 공적 활동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언론과 권력 사이의 경계는 무엇인지, 비선 논란은 제도화로 방지될 수 있는지 등 여러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권력’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감시 기능의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대통령제 하의 권력 분산과 견제 메커니즘, 언론의 책임, 여성 정치인의 위치 등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관객에게 현실 정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